1) 인정사정 없이 난사하는 레이저 쇼를 예상한 것과 다르게, 심포니 오브 라이트는 생각보다 정적이고 템포가 느렸다. 사실 언제 끝난지조차 모르겠다. 그래도 구경하는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해하는 것 같았다. 비가 오다말다해서 꼭 미스트필터로 보는 광경 같았다.
2) 구룡반도와 달리, 홍콩섬은 빌딩과 시설들이 종횡으로 거미줄 처럼 연결되어 한층 복잡하지만 동선이 짧아져 오히려 좋았다.
3) 『중경상림』 속 명소라는 이유가 아니더라도,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이동수단으로써의 효용이 컸다.
4) 영국의 영향인지 차가 좌측차선으로 다니고, 횡단보도 대신에 이런 걸 만들어 놓았다.
5) 유명한 맛집들의 대기시간이 빠른 회전율과 합석 문화 덕에 길지 않아서 좋았다. 특히 나처럼 혼자면 거의 바로 입장이 가능했다. 그래도 대기줄이 한블록 이상되는 가게는 기다릴 엄두가 안났다.
6) 침사추이에 숙소를 잡았는데, 호텔에서 홍콩섬이 보이는 방을 배정해주었다. 오후2시로 늦은 퇴실도 처음으로 요청해 보았는데, 점심까지 밖에서 먹고 들어와 여유롭게 나올 수 있어서 좋았다.
7) 출발이 오전 8시 비행기라 전날 자정 쯤에 인천공항 출국장에 들어와 24시 라운지에서 쪽잠을 잤는데, 처음보는 불 꺼지고 문닫은 공항 내부 풍경과 생각보다 많은 환승인지 뭔지 모를 노숙 여행객들의 모습이 신기했다. 새벽5시쯤 되니 사람들로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활기찬 여행자들과 대조적으로 난 이미 눈이 풀리고 졸음이 쏟아졌다.